증조할머니께서 시집오실 때 가져왔다는 반닫이. 앞다지라고도 했다.
증조할머니의 유품은 할머니의 것이 되었다.
할머니는 여기에 아끼시던 한복과 옷감들을 고이 보관하셨다.
이 반닫이는 두할머니의 삶이 묻어있는 물건이다.
나는 기억한다.
어린시절 이 상자 속에 뭐가 있나 열어볼 때 마다
나무와 옷감에서 풍겨나오는
할머니의 체취를...
할머니가 떠나시고 난 뒤...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오랜 만에 들린 옛집은 한 켠이 헐려 있었다.
100년전쯤 지었다는 집은기둥나무가 버티고 서 있건만
사는 이 없어 뒤안의 대나무숲은 집채를 덮을 기세로 우거져 있었다.
빈집을 정리하다 눈을 잡아 끄는 반닫이.
옛날 시집올 때 신부집에서 살림살이를 지고 오던 풍경들이 떠오른다.
장롱과 반닫이 몇개 조촐한 가구들이 다였다.
할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라,
아직도 사용할 수 있을거 같아 가져왔다.
열심히 닦았더니 투박한 나무에서 빛이 난다.
하도 정성드려 닦는 걸 보더니 아내가 한마디한다.
"나 시집올 때 가구를 저렇게 닦는 걸 본 적이 없구만, 정성이네."
웃는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얘들아, 한 10년 후쯤 열어볼것만 가져와라. 우리집 타입캡슐이다.
기념할 만 한 것을 보관하려면 여기에 넣어라."
아주 가끔 생각날 때 열어볼 것들을 정리해서 우리애들 일기장 같은 거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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