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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 Column

<칼럼> 노무현을 추모하며-영웅을 가슴에 묻는다

by ☆ Libra 2009. 11. 14.
노무현을 추모하며-영웅을 가슴에 품는다.


 노무현 전대통령을 보냈다. 한 인간의 고뇌와 죽음앞에 그를 향한 사랑도 미움도 허망하기만 하다. 그는 왜 죽어야 했는가? 보통사람으로 상식과 원칙에 마땅하게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검찰은 프레임에 짜 맞추는 수사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언론은 비겁한 받아쓰기를 했다. 그의 죽음은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이다.


 지지자들은 정치보복에 의한 포괄적인 살인이라고 하고, 몇몇 보수논객들은 추모기간임에도 그의 죽음을 비아냥거리고 추모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노무현처럼만 해라,이것들아.) 충격속에서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그의 죽음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은 그의 생전과 다름이 없다. 우리사회는 이렇다.

그의 정치역정은 지역주의타파에 있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했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려 했다. 그러나, 권위주의와 기득권을 누리려는 주류들은 아웃사이더의 모난(?) 행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좋은게 좋은 거라고 눈감아 주고 적당히 타협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거짓교훈으로 살아가는 민중들. 핍박과 억압의 역사가 두려워 영웅을 숨기며 안절부절했던 안타까운 영웅이야기. 민중스스로 보복이 두려워 영웅의 싹을 자르고 영웅의 탄생을 쉬쉬했다. 실패한 영웅설화가 안타까운 것은 그 때문이다. 노무현도 그런 영웅이다. 민중은 가슴속에 영웅을 품을 뿐이다.


 그가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남겨놓았다. 지역주의 타파에 헌신한 노대통령이 정치역정에 대한 정확한 공과를 논의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정책의 성과, 실패를 반성해야 한다. 바보노무현은 한때 국민적인 놀림감이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의 몽니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우린 보고있다. 당신은 영웅으로 살다 간것이다. 권위의 상징이 아닌 민중이 흠모하는 영웅. 노사모의 영웅일뿐이랴? 민중들의 영웅이었다.


 노무현은 이제 역사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는 다정하고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냄새나는 사람. 스스로 그렇게 불리기를 좋아했다는 바보 노무현.

진정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그는 우리곁에 없다. 우리는 가슴속에 영웅을 품고 지금의 스트레스를 이겨보려한다. 우린 지금 2002년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kpprcamp@hanmail.net



2002년의 노무현후보의 대선연설-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 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 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 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했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