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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임진왜란때 무기로 사용했다. - 김광열 옹이 들려주는 이야기 1 (고금도사람들)

by ☆ Libra 2011. 5. 22.
 첫 만남, 김광열 옹(74)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만난 적은 없지만, 마치 백기완 선생과 만나는 그런 것이리라는 착각이 들었다. 말씀하시는 모습을 볼라치면 노래가락처럼 점점 흥을 돋구다 "아, 그거 참!" 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김광열 옹의 얘기는 나이 어린 우리 두사람의 마음을 빼앗았다. 말속에 열정이 담겨 있었다. 벗과 나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밥
때가 훨씬 지나서야 다음에 또 뵙기로 하고 문밖을 나섰다.

 바닷가 마을 집집마다 뒤꼍에 울창하게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왕대와 신의대가 눈에 들어 왔다. 저 풍경이 이젠 예사롭지가 않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통제영이었던 고금도, 이곳에서 왜적을 물리치려 했던 고금도사람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광열 옹은 우리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모든 것들이 그 자리에 있는 까닭을 이야기로 풀어갔다.

 시누대가 바람에 비벼대던 소리가 오래도록 내 귀에 들렸지만, 이제 그 소리가 나를 깨우고 잠들어 있던 옛사람들이 꿈꾸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김광열 옹은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줄 뿐만아니라 꿈꾸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가를 가르쳐 주었다.

 어디를 가든지 이야기꾼은 있는 모양이다. 꾼이 하는 이야기가 너무 꾸미거나 허무맹랑했을 때 그 이야기는 시끄러운 잡음이지만, 진심과 열정이 베어있는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하나로 뭉치는 귀한 이야기가 된다.


 다음은 김광열 옹의 이야기를 녹음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덕동마을 김광열 옹의 자택에서 주변경관을 바라보며 했다.

 

"이순신 내력에 대해 잘 안다고 들먹이면 일본사람들한텐 역적같이 싫어라고 했을 것 같애. 이순신장군의 기록에 내가 말한 것이 이미 기록이 되었다 하면 소용없는 것이지만, 기록되지 않는 말이 있다면 참고가 되것어. 

 이순신장군과 관련돼서 우리동네에 여러가지 명칭이 있어. 사람들이 뭔 말인지도 모르고 아무 이유없이 명칭을 부르고 있어. 그 명칭이 몇백년동안 그대로 내려오고 중간에 왜적들이 쳐들어 와서  모든 것을 비밀로 했기 때문에 쉬쉬 했것어. 그래 노인
들이 하는 얘기를 내가 들은 거인디.
 
 이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려야 쓰것다 해서 완도군 문화관광체육담당에게 전화했더니
비서인가 어떤 여자가 받아. 그란디 아무 관심없이 들어. 뭔 정신없는 노인이 말한 것같이 안듣더라고, 한 5분간 말하다가 말아부렀어. 

 그래, 내가 이 애기를 역부로 밤중에 글로 적어 놨어. 내가 이것을 생각하면서 한때는 잠이 안와. 무단히 맘이 복받쳐 갖고...
나는 학벌은 없어. 국민학교를 포로시 나왔어. 나 속으론 무단히 돈도 안되고 가난한 짓거리지만 아주 흥미가있어.

 이 지역 이름을 갖고 착안을 했어. 마을이름들이 관련되어 있어.
마량,가교리,성등길.진또깡,성문골,망덕산,고망채.득암리,천동,살끼미,푸랭이...
이런 지명들이 이순신장군하고
관련 있겄다 생각한거여.

 약산에 가면 득암리,독(돌)을 얻는다는 것과 관련있고 덕동의 망산, 망을 본다는 뜻이제, 망덕산 거기서 보먼 날 존날 제주도까지 다 보여. 여기서 관산리 높은 곳을 봤거든. 저기저(덕동마을 건너편 조약도) 허옇게 파진 데 있제이, 일제시대 때 옥을 판 곳인데 그 밑에 바다가,,,여수, 부산으로 연결된 길이여...관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참 먼데까지 다보여. 왜적이 요길로 와, 요것을 관산리 망봉에서 보고 관산리 봉화를 여기 망산에서 받았어.


 여기 덕동이 진터, 이순신장군의 진터였어.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와서
진지구축을 하지 않았것는가? 그래, 요 앞에 흐르는 물을 보고 사람들이 진또깡이라고 했어. 이순신장군의 길이여, 뭔 말인지도 모르고 진도강이 뭔 뜻인지도 모르고 '진또강물 내린가? 진또깡물 오르것네.' 이런 말들을 했어. 

 바다를 지키는 수군 총사령관 이순신장군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디, 우선 적을 찌르기 전에 사주경계를 해야 안 쓰것는가? 이주위에 망을 보고 보초를 세우고 고금면 전체 해변가 또는 그 둘레를 성으로 다 쌓았어. 자네들이 내려온 버스정류장 있는 곳이 바로 성등이여. 여그말로 성둥이라고 했제. 성등길! 다른 사람들이 '성등에 바람좋데' 이러기는 하는데 이것이 무슨 말인지를 몰라.

 이 등이 지금 질(길)이 됐지만 옛날에는 겁나 높았어, 우리가 커나도록 까지 집저태 있는 닛바람 단디처럼 황토흙이 싸져가지고 대나무가 서있고, 우리어렸을 때 키질이 쌓여 있었는디 지금은 포크레인으로 길만들었어. 성이 여기서 부터 시작했단 거여. 이 성이 시작해서 화성리로 가가지고 항동의 성문골로 해서 강진 마량까지 연결이 됐것어. 

 지금 도번에도 육척(6자)길로 왜정 때 측량을 해서 나와 있는디 여기서 부터 시작해서 옛날 길이 세동에서 내동으로 간 길이 있어. 성등길을 찾아 가다 보면 이렇게 돌무지들이 있어. 요런 돌, 지금 같으면 수류탄이여, 적이 오면 방어할 수 있는 돌들이 쌓여 있어. 각현지에가 이런 돌만 매끈매끈한 돌 모서리 라곤 없어, 파도가 갈어논 돌이여, 수억년이라고 봐야해. 차돌이 깨져서 닳어진 돌을 배로 실어다가 오지 않았냐, 생각해.

 이 근방에는 이런 돌이 나올 수가 없어. 토산이고 모래밭이라. 아마 득암리에서 가져오지 않았냐 의심하지. 거기가면 바람이 없이도 큰 물결이 우웅하니 와서  돌을 움직이면서 갈어. 그런데가 신지면도 있고, 하여튼 그런 먼디서 이순신장군의 명령에 의해서 그돌을 가져왔지. 그런 돌들을 훈련장에다 갖다 놓고 방어용으로 쓰기 위해서 놔뒀것지.

 돌들이 성길에가 있어. 이런 매끌매끌한 돌이 밭에서 나오거든. 내 유제사람이 밭을 번디그 밭은 황토땅이여, 그란디 이런 좋은 돌이 나오고 있어. 덕동사람들 모아놓고 이 돌 잠 보소. 절대 이 돌은 여그 땅에서 나온 돌이 아니고 먼 곳에서 사람이 갖다 논 돌이네. 수백년전 왜적이 처들어옴으로 해서 방어용으로 쓸라고 한 것이여.
 
 이런 돌이 충무리 저쪽으로 해서 산에도 있어. 바로 화성리 바로 위에 가면 지금도 많이 쌓여 있어. 8,90프로는 없어졌을 것이여, 주위에 길이 놔져서,민간인들이 필요한데 다 쓰고 길을 놀때 잡석으로 넣어서 많이 없어져 버렸어 그 부근의 땅속으로 묻히고...

 그돌을 어떻게 사용했냐, 그냥 돌이라 그래불면 개심심해. 옛날에는 장수를 뽑을라면 이돌을 가지고 장수를 가렸어. 멀리 던지기 장사들이 한 손으로 던질 만한 돌이여. 이 돌로 훈련도 했어. 아차 그래 갖고 이순신장군이 생각이 나. 임진왜란때 쓴 돌이다. 그렇게 상상이 된거여.

 다음 세대들이 전답을 벌면서 땅을 파서 농사를 지으면서 개인 한계선에다 쌓아 놓았어제주도 돌무더기 쌓아 놓듯이  밭 한계에 조르라니 있어. 이 부근 뿐만 아니라 고금도 일대를 경계했으니까 나중에 탐사할 때 어디다가 진지를 두었는가, 군사를 어떻게 배치를 했는가 알 수 있것어.

 또 한가지 중요한 거 화성리가면 샘물 어란정을 좋게 해놨어. 그란디 샘물밖에 안해놨어.
군사들이 먹었다는 그것만 알지. 그 욱에 있는 무기는 수백년간 눈에 발에 밟히고 있어도 그 말은 안해. 그 돌. 어란정 바로 욱에 그 일대가 훈련장이었다니까.

 망덕산 아래 고망채라고 작은 산이 있어. 우리말로 망채산, 글로 쓸 때는 망덕산, 그 산보다 작은 고망채산, 그 부근에 넘어가면 성길도 있고 성을 쌓았는지 돌들이 수없이 있어. 지금은 돌들이 밭 경계선에 쌓여 있는 디, 내가 상상할 때는 옛날, 전쟁때 요긴하게 사용했을 것 같어."

왕(王)대와 신(臣)의 대 - 김광열 옹이 들려주는 이야기 2 (고금도사람들)
에서 계속...


참고 

 수마석들이 이곳에 왜? - 화성마을 고망채에서

관련 글에서 인용http://kr.blog.yahoo.com/waterview33/1330

*조약돌을 피하니까, 수마석(水磨石)을 만난다.

힘든 일을 겪고 나니, 그보다도 더 커다란 곤난이 닥친다는 뜻.
: 산 넘자 강.(조약돌....자잘구레한 돌. 수마석...물결에 씻기어 서슬이 닳은 돌)

* 이 순신 함대에 무기로서 수마석(水磨石)이라는 둥근 해변가 돌을 많이 적재하고 출동했다는 일화가 있어, 이 수마석이 쓰이는 전투의 양상이 궁금했었다. 바로 위와 같이 도망 못 가도록 걸어둔 키 낮은 왜선에 판옥선에서 돌벼락처럼 내던지는 수마석은 최고의 효과를 발휘하는
무기였던 것이다.

                                판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