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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My Sensibilities

솟대 오리

by ☆ Libra 2011. 12. 12.

 솟대오리

항동마을 간척지현장엔 날지 못하는 오리가 솟대끝에 앉아 있습니다.
날마다 찾아오는 바닷바람에 삼복더위도 잊고 갯벌을 굽어 보았지요.
가끔 척찬도에서 날아 온 산비들기에게 재미나는 얘기도 들어가며
갈매기들이 동무하자고 날아오면 미끈한 몸매를 으스대기도 하고
마을 가운데 사장의 어른나무에게 올 해 김작황이 어떨까요? 의논도 하면서
마을사람들이 장만한 새해맞이 음식을 푸지게 먹곤 했지요

밀려드는 파도에 날아갈 듯 살아 있던 솟대 오리
갯벌위를 헤집으며 지렁이와 낙지와 쏙같은 것들은 사람들에게 주고
호수같은 바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막나금 으슥한 곳에 조립식건축이 서더니만
덤프트럭이 수도 없이 드나들고
마침내 끊겨버린 갯벌에선 갯고랑내가 풍겨 왔어요.
목봉아래까지 차오르던 파도는 황토길 건너에서 넘실거릴 뿐
오리가 매달린 목봉은 땅에 닿을 듯 기울다 처박힐 신세 되었지요.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았고 돌보는 이 없이 솟대오리는 야위어 갔어요.
사장의 어른 나무는 키가 커서 방조제 너머 바다풍경이라도 보련만
아직도 바다는 푸르른 가요?
내 동무들은 거기서 날아 다니는 가요?
마지막 안부를 묻고는 부서져 내린 당제 계단에
더는 버틸 수 없어 나동그라집니다.

해당화가 피었던 그곳엔 갈대만이 징하게도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물막이 공사중인 항동마을 전경. 92년시작해서 99년 완공)

* 해마다 김양식이나 고기잡이배들의 안전을 빌었다고 하는 당제는 이제 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모든 복이 서울 쪽에서 온다 하여 나무를 깎아 만든 오리를 솟대에 매달 때 부리를 북쪽을 향하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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