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My Sensibilities

도시풍경

by ☆ Libra 2011. 12. 12.
도시풍경

새벽 - 첫 차에 오르면 미화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거리
         전쟁이 휩쓸고 지난 듯
         소주병, 깨진 유리, 보도블럭조각
         뿌연 질소에 섞인 최루가스가 매웁다

오전 - 터미널 지하계단위 엎드린 거지

         누더기 덮어쓰고 벌린 두손엔 동전 몇개 놓여 있다

오후 - 노점상, 광신자들, 세일즈맨, 백화점의 인형닮은 아가씨들

         모두 외친다.
        "이 물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종말이 가까웠다..."
         끝없는 마주침과 외면

저녁 - 소음과 매연속에 빛나는 네온사인

          철망 둘러친 방범초소르 지나는 사람 사람들
          사고 먹고 마시기위해 휩쓸리는 인파
          천변포장마차 한 술꾼이 생닭발을 씹고 있다.


1995. 12.5 



000035 by Hohyun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깡촌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광주가는 버스에 올랐다. 중학교때였을 것이다. 차멀미에 완전 패닉상태, 광주터미널에 도착했다. 역겨운 차냄새를 뒤로 하고 도시냄새-차매연냄새를 맡으며 지하도로 내려갔다. 처음으로 보는 것들이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 이것 저것 보고 있는데...

 아! 어떤 사람이 지하계단에 앉아 구걸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거지도 그렇지만, 그것보단
많은 사람들이 거지를 아무렇지 않게 외면하는 것이 더 신기했다. 충격에 휩싸였다. 낯선 상황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법, 나도 외면했으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지를 뒤돌아 보았다. 
 

 광주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도시생활에 익숙해질 즈음. 도시란 삶을 무감각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곳이구나, 또, 무감각하게 무관심으로 살아가도 누가 뭐라 상관하지 않는 곳이란 걸 알게 되었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 관찰하며 고독한 도시인이 되어가는 것이었다.

 청해글마당(완도의 시동호인모임)에 참가하여 처음으로 써본 시다. 도시풍경을 시간대별로 나의 감성을 건드렸던 것들을 늘어 놓았다. 광주천 포장마차에 앉아 생닭발을 오래도록 씹고 있는 술꾼은 도시의 쓸쓸한 모습을 나타낸다. 

'詩 My Sensibilit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과 나무들  (0) 2011.12.25
솟대 오리  (0) 2011.12.12
詩 - My Sensibilities  (0) 201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