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눔글 Scrap

새로운 의제세력의 대표로서의 유시민의 가능성 - 김석수 (펌)

by ☆ Libra 2009. 11. 29.
서영석의 '유시민의 가능성, 그의 적과 친구는?'에 대한 독후감
(서프라이즈 / 김석수 (pwkss7) / 2009-11-27 02:43)



새로운 의제세력의 대표로서의 유시민의 가능성
(서프라이즈 / 김석수 / 2009-11-27)


오랜만입니다. 이제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때려치웠으니 좀 편한 맘으로 서프글도 읽고 댓글도 달아봅니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지난여름부터 물러날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영석 대표의 글을 보면서 유시민 예찬론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서 대표의 유시민 업그레이드론에 크게 동감합니다.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이 보면 유시민이나 노무현이 도찐개찐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국민들 속에서 질적 성장을 거듭해 일정한 골인점을 향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이 성장해나가는 주기는 사실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치판에 오래 몸담아 온갖 간난신고를 겪으며 꾸준하게 성장해가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하나는 구름 속 불연속선처럼 그 일정한 사이클이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티핑포인트같은 원리에 의해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느닷없이 크게 성장한 경우가 있지요.  

바로 후자에 속하는 리더십스타일이 바로 노무현과 유시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신데렐라 정치인의 등장은 정치권 내의 검증과정을 중시하는 내각제보다, 대중적 어필을 통해 등장하는 스타정치인이 힘을 갖는 대통령제에서나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당내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검증되어야 수상이 될 수 있는 내각제라면 매우 어려운 정치현상이고 스타정치인들인 것이죠.

그런데 유시민의 급부상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사건에 힘입은 바 커 보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천시'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왜 그가 하필 이 시점에서 박근혜 다음가는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는가만 보아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의 가능성은 그의 뛰어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협력체제에 있다는 점, 그리고 상황에 의해 만들어지는 슈퍼스타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한국을 새롭게 하는 의제세력의 대표로서의 가능성에 있다는 점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새로운 의제세력의 대표로서의 유시민은 성장과정에 있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할지 규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고 싶습니다.

사실, 대중이 정치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 신뢰입니다. 하나는 정신적 미래가치입니다. 총체적으로 한국사회를 미래로 견인해나갈 자신만만한 추진력이 있는 지인데 이것을 편의상 정신적 지도라고 해둡시다. 그러고 나머지 하나는 국민 먹거리입니다. 국민을 먹여 살릴 능력과 비전과 방법론이 있는가입니다.

즉 미래가치에 대한 정신적 신뢰와 사회경제적 대안능력을 국민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김대중 정부가 이 두 가지 신뢰에 기초한 정권이라면 노무현정부는 전자, 즉 민주주의와 지역주의타파와 같은 정신적 자산에 대한 신뢰로 집권한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어떤 가능성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현실정치에서의 대중은 '인물을' 중심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기에 그에 영합해 보자면, 유시민은 어떤 가치의 담지자인가를 보게 됩니다.

미래 한국을 이끌어나갈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신뢰는 충만한가? 저는 이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유시민의 담론은 크게 보자면 '민주주의'입니다. 그러나 그의 민주론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21세기에 진행되는 세계역사의 전개보다는 다소 뒤진 19세기나 20세기 민주주의론을 말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쉽게 말해 다 아는 얘기를 아주 자세하게 소개하고 안내하는 평론가로서의 역할만 크게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말입니다. 주창하고 솔선하는 장수형이라기보다는 해설해주는 각주자처럼 보인다는 말이죠.

그러다 보니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창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얘깁니다.

다음으로, 그러면 국민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을 지향하는 비전과 방법론은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 부분도 좀 약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시민의 사회경제론은 '사회투자국가론'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미 북유럽 사민주의가 이룩한 기존의 경험일 뿐, 그들과 사회경제적 성장과정과 경제구조가 다른 한국경제가 어떻게 그렇게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독창적인 제시는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저는 유시민이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신뢰와 독창적인 사회경제적 비전신뢰를 충족시키지 않는 한 그의 지지는 '반짝'으로 끝나거나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인정받는 지도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 유시민의 포지션은 야권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변화발전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유력한 대선주자로 성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지도자로서의 신뢰와 사회경제적 의제세력의 대표성을 유시민 한 사람이 충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므로 보다 폭넓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광범위한 의제세력의 대표로서 인정받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매우 필요하고, 최근 유시민의 행보가 이를 의식해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그의 개인적인 출세지향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엄혹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종합적 결론이지만 말입니다.)

유시민 대망론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에서는 유용한 개념입니다. 잘 발전시켜 나간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다만, 우리가 항상 우리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칫 오만과 턱없는 자만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점도 늘 생각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사실, 유시민에 대한 언급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그의 지지자들이 많은 서프라는 공간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예찬일변도가 가지는 자기기만과 덫을 극복하는 것 또한 역사를 생각하는 이들이 견지해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다 폭넓은 공감을 위한 점검은 세력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보아 간만에 평론질 한번 하게 되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장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치적 흐름이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저 역시 있습니다 ^^)


# 사족
오바마가 치열한 주민운동뿐만 아니라 대선주자,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각 세력들과의 폭넓은 연대를 어떻게 보여주었는가를 벤치마킹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과 세력을 담을 수 있는 리더십으로 성장해가지 않을까 합니다.

 

(cL) 김석수





이글 퍼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