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쪽지하나 없어지면 찾느라 고생하고도 책상위엔 잡다한 것들이 널려 있다.
며칠전 친구가 찾아와서 모니터곁에 달려 있는 근조리본을 보며 핀잔을 놓는다.
"어이, 친구, 이게 뭔가? 이런 것 달아 놓으면 될 일도 안되지. 어두운 것들은 빨리 빨리 잊어버려야지. 어서 치우소."
친구는 근조리본이 눈에 거슬렸나보다.
가슴아팠던 5월이었다. 그때 달았던 근조리본을 버리자니 마음이 안좋아서 모니터 옆에 달아 뒀다.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8월에 또 한번 근조리본을 달아야 했다.
모니터 곁에 나란히 있게 된 것이 한참이 지났다.
사람들은 슬픔을 딛고 일상으로 돌아 왔다.
난 그냥, 근조리본이라도 있어야 그분들을 기억하리란 생각에 버리기가 싫었다.
그러나, 친구말에 일리가 있다.
죽음을 추모하는 상징물인 근조리본을 평생 곁에 둘 수는 없다. 아무래도 마음이 다운된다..
그래 이제 그마음 그대로 가슴 속에 남겨두자.
그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한 시간을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움을 마음속에 새기고
우리가 바라던 세상, 님이 바라는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에 내 작은 힘을 보태련다.
요즘 노무현 회고록 성공과 좌절을 읽고 있다. 근조 리본은 이 책속에 넣어 두련다.
맘이 여려서 근조리본 하나 버리지 못하는 난 바보다.
나랑 참 많이 닮은 바보들이 많은 세상,
바보들의 행복한 세상에서 유쾌하게 웃고 살아보자.
- 바보들의 고집스러움이 세상을 바꾼다.
|
'자유로운 자유로움 Routi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 잣나무 (0) | 2010.01.13 |
---|---|
크리스마스이미지 테스트 (0) | 2009.12.24 |
별헤지 못하는 밤 (0) | 2009.11.27 |
울 아부지 신문에 나왔네 (0) | 2009.11.23 |
<여행후기> 개성다녀와서 - 잿빛땅위에 선 병정들, 박연은 메말라 바람에 날리다. (0) | 2009.11.17 |